이 글은 전 한국 클래식 기타 협회 회장님이신 김종만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이 글의 인용 혹은 사용하기를 원하시는 분은 김종만 선생님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 리라(Lyra)와 카타라(kithara)

예술평론 2003년 제34호 김종만(예술평론 부회장/음악평론가)


  기타의 발자취는 멀고 먼 인류문명의 최초발상지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왕국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언저리에서 흐르기 시작해,그리스 리라에 도착한다. 리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아폴로 신의 전유물인 악기였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절대적인 지팡이 노릇을 했다. 그뒤 키타리스(Citaris)로 되어, 이 시대를 풍미했다.

 포 로밍크스라고도 불리는 키타리스는 키타라(Kithara),그리스어(Cithara)로 발전했다. 이 악기는 기타 역사학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아마 기타(Guitar)란 현재의 이름이 이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이다.

 

 헤르메스와 아폴로의 리라

 

 리라에 얽힌 신화, 즉 헤르메스와 아폴로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나, 아래글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우스의 아들 헤르미스(로마어로는 Mercury)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교활하고 약삭빠른 신이었다, 그는 오가는 길목을 지키며 무역,상업,교통을 담당했다. 그렇지만 때로는 노상강도신으로 유명했다.

  어렸을 때에 벌써 그는 누구도 엄두를 못내는 아폴로신의 소를 15마리나 훔칠 각오로 배짱이 센 도적이었다. 어느날 몰래 훔친소와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던 헤르메스의 눈에 거북이 한 마리가 띄였다. 길 옆 풀밭 가운데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본 그의 머릿속에 무엇인가 섬광과 같이 지나가는 기발한 생각이 떠 올랐다. 날쌘손으로 다져진 그 인지라 이 느림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억세게 구부러진 헤르메스의 손에 움츠려진 모가지가 순식간에 빠져나오자, 산 두꺼비 모양의 골수마저 깡그리 긁어 내 팽개쳐 없어져 버렸다. 텅 빈 껍데기의 몸체에 금방 꺽여진 막대기가 머리구멍으로부터 다리쪽 가운데 구멍 쪽으로 꿰뚫고 나갔다. 이 구부러진 막대 끝에 소의 창자로 만든 가트줄이 건너 매였다. 리라는 이렇게 헤르메스의 날랜 기지로 처음 세상에 태어났다.

 로버트 그래이브스의 <그리스 신화>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새로 발명한 거북껍질의 악기와 상아 플랙트럼을 가지고 아폴로 신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의 플랙트럼으로 리라를 뚱기기 시작 하자,

 "전지전능하시며 고상하신 아폴로 신이시여!당신의 냉철한 이성과 관용으로써,이놈의 파렴치한 몸쓸 짓을 용서하십시요."라고 노래를 계속했다.

 황홀한 리라의 음색에 깊은 감명을 받고 아폴로는 용서해 주었다.

 너무 큰 죄를 너그럽게 보아줌에 한편으로는 놀래며 한편으로는 기뻤던 헤르메스가 소를 감춘 곳을 고백했다. 그리고 소 떼가 숨어 있는 피루스 동굴로 아폴로를 데리고 가는 길 도중에서도 쉬지 않고 리라를 뚱겨댔다.

 주인을 만나 반기는 소들은 헤르메스가 모두 갖고, 대신 그 리라를 나에게 주면 어떻겠느냐라고 아폴로가 제안했다. 헤르메스가 이에 응낙함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화해의 악수를 나눈 뒤부터,리라는 아폴로의 독점악기가 되었다.

 이 귀중한 악기를 얻은 아폴로는 올림포스의 모든 신을 모아놓고 자랑했다. 또 아름다운 음율로 신들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감동을 주었다.

 더욱이 그는 태양신이자,학문과 예술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신이었다. 리라의 기량은 누구하나 따를 자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이 악기야말로 그를 대변해주는 상징이었다.

 한편 아올로스(auoeos:놋쇠로 만든 겁리드관악기)를 내세워 아폴로와 대항하는 디오니소스(로마어로는 Bacchus)는 뜻을 달리하면서-어떤 때에는 서로 힘을 겨루며-상대적인 예술관을 이룩해 놓았다.

  니이체는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 가운데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의 탄생>장에서 아폴로적인 완전히 형성된 예술과 미완성의 디오니소스적의 두 예술로 나누고 있다. 아폴로적이라 함은 예술창작에 있어서 무엇보다 바라는 꿈의 환상세계로 꼭 차여 진실과 순수함과 혼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질 때를 말한다. 반대로 디오니소스적은 자기를 잊고, 과격한 성격과 현재의 쾌락과 난무하는 떼거리의 미완성 예술을 말하는 것이다.

 리라와 아울로스의 두 음악도 위와 같이 대립이 됐다. 리라가 매우 안정되고 아름다운 조화를 나타낸다면, 아울로스는 술의 힘을 빌려 마취 또는 도취 상태에서 정열과 낭만이라는 격정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마저 아울로스가 윤리적인 성격이라기 보다는 음란한 흥분을 일으키게 하는 악기라 꼬집었다.

 

 음악(Music)의 뜻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폴로 이외의 학예를 다루는 무사(Mousa)신이 있었다. 이 여신들은 원래 3명이었으나, 나중에 9명의 무사이<Mousai 복수형>로 나뉘어져 각기 맡은 분야의 예술을 다스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지케(Mousikeh>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것이다,뮤직(Music)은 뮤즈의 또는 무사의 형용사격인 무사적(的)을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음악이란 말로 쓰고 있다.

 제우스와 무네모시네의 딸들인 이 여신들은 자신의 맡은 일 이외 신탁의 수호자로 또는 예언의 능력까지도 갖춘 신들이다. 신의 이름과 각자 맡은 분야를 볼 것 같으면,

 

 1) 칼리오페(Calliope):아름다운 시정의 뮤즈.

 2) 폴림피아(Polymnina):장중하고 여러 신성한 신들을 찬양하는 찬미가와 종교적인 춤의 뮤즈.

 3) 클리오(Clio):역사의 뮤즈.

 4) 우라니아(Urania):천문학의 뮤즈.

 5)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서정적인 시와 춤의 뮤즈.

 6) 에우테르페(Euterpe):아울로스와 디오소스적인 뮤즈.

 7) 탈리아(Thalia):희극의 뮤즈

 8) 멜포메네(Melpomene):비극의 뮤즈

 9) 에라토(Erato):서정/색정적인 뮤즈이다. 에로틱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오르페우스

 

 첫째 뮤즈인 칼리오페는 아폴로를 남편으로 맞아 오르페우스를 낳았다.

 아폴로는 헤르메스가 처음 고안했던 3줄의 리라-어느 학설에 보면 원래 3뮤즈를 의인화 시켜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음-와,일년이 4계쩔이므로 4줄로 했다는 설이 있는 리라를 7줄로 늘렸다고 한다.

 아버지로부터 리라를 선물 받아 뚱기는 주법을 익힌 오르페우스는 부모들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거북껍질로 만든 리라(키타리스)가 많은 줄을 가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음질이 여린 결점을 알아 낸 그는 이러한 점을 고쳐 7줄 이상 되는 키타라를 만들어, 아버지보다 뛰어난 비루투오스(Virtuoso)로 이름을 날렸다.

  오르페우스 음악 앞에는 성난 야수도 으르렁거림을 멈추면서 귀를 쫑긋거렸다. 바위는 부드러운 음율에 맞추어 용암과 같이 물렁거렸다. 시냇물은 그 물길을 바꾸면서 흐른다고 한다. 나뭇까지 악기 쪽으로 휘어지면서 열심히 듣는다 한다. 이아손을 왕초로 둔 50명의 아르고나우츠 무리들ㄷ 항해때 오르페우스가 음악을 들려주면 그 박자에 맞추어 노를 힘껏 저을 수 있었으며, 사이렌스의 나쁜 꼬임노래를 없애 버려 죽지 않고 무사히 황금의 양털을 얻을 수 있었다 한다.

 벌훤지와 해밀톤등의 신화 책들은, 너무나 슬픔으로 꽉 찬 오르페우스의 한 평생을 아래와 같이 적고 있는데, 정말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이다.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날 산책하러 들로 나갔을 때였다. 꿀벌치기 아리스타이오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뒤쫓기 시작했다. 놀래 도망치던 에우리디케는 풀밭 속에 숨어 있는 독사를 밟아 발목을 물렸다. 이 품어 낸 독기가 순식간 온몸에 퍼져 그만 그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행복했던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던 오르페우스는 부인에 대한 그리움을 구슬픈 노래로 신과 사람들에게 호소하며 다녔다.

 타이나로스 동굴을 통해 스키기안 왕국<황천>에 겨우 도착한 오르페우스는 페르세포네신과 하데스신 앞에 나가 키타라를 뚱기며 다음과 같이 간절히 애원 했다.

 " 저승의 두 신이시여! 정말로 나는 이곳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엿들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오직 꽃다운 첢은 청춘에 저와 생이별 한 아내를 찾으러 왔습니다. 또한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십사라고 애원하러 왔습니다. 만약 다시 못만난다면 저도 함께 죽는 게 더 낫겠습니다."

 얼마나 애절한 노래와 음율인지 귀신들조차 눈물을 흘렸다. 사시포스의 바위는 계속 굴러 떨어지는 것 마저 잊고 주인을 자기위에 앉아 듣게 했다. 익시온의 마차가 멈추었는가 하면, 다나오스의 딸들은 우물 두레박질을 그쳤다.차기만 했던 후리에스<복수의 여신>가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었다.탄탈로스는 목마른 고통도 잊고 들었다. 3개의 머리를 가진 케르베로스개까지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면서 듣고 있었다 한다.

 "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뒤따라가는 에우리디케를 보아서는 안 된다"라는 왕의 말을 맹세한 후, 이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한 발이면 땅에 닿을 거리에서 오르페우스는 그만 참지 못하며 뒤를 돌아보았다."안녕"이란 말과 함께 에우리디케는 다시 황천 왕국으로 사라졌다.

 세상으로 홀로 돌아온 오르페우스는 또 한번 더 강을 건너 달라고 저승세계 뱃사공에게 사정을 했다. 그러나 깨끗이 거절당했다. 하도 기가 막히며 슬퍼서 강가에 홀로 앉아 일주일 동안 굶어가며 밤낮을 지새웠다.

 무정한 신들에 대한 원망과 팔자타령조의 키타라와 노랫소리는, 호랑이와 떡갈나무가지만이 흔들거리며 답할 뿐이었다.

  삭막한 트라키아산을 여섯달 동안 헤매면서 낙망과 아쉬움만을 읊조리던 그에게 트라키아 처녀들은 달래보았다. 또 결혼을 하자면서 조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을 돌려 환심을 사려 했지만 그 때마다 실패했다. 그래도 그 여자들은 참고 참으면서, 오르페우스만을 그리워하며 지켜보았다.

 날이 갈수록 차츰 처녀들은 에우리디케로 쏠린 오르페우스의 일편단심이 어느 누구도 그를 막거나 가질 수 있는 가망성이 없음을 알 게 되었다.그러자 연정이 질투로 바뀌었다.드디어 질투는 증오의 불길로 타기 시작했다.

 디오니소스 축제가 끝나 돌아오던 어느 날이었다.그동안 참아 응어리진 울화가 치만 한 아가씨가 오르페우스를 보고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보아라 저곳에 우리들을 멸시한 녀석이 있다!"

 쌓이고 쌓였던 한 맺힌 증오를 바쿠스 주술과 도취된 힘을 빌려 카탈리시스시키는 끔찍한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창과 돌 그리고 떠들썩한 욕지거리와 난행 앞에 키타라는 그 위력을 잃고 말았다. 마침내 오르페우스 가슴에 창이 꽂혔다. 창 주위로 붉음이 낭자했다. 피를 보고 흥분해 미친 여자의 무리들이 달려들었다. 목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팽개쳤다. 그래도 화가 안 풀렸는지는 몰라도 머리와 키타라를 헤브로스강에다 집어 던졌다.

 뮤즈들은 수 없이 너덜거리는 오르페우스의 살과 뼈 그리고 머리를 모아 리베트라에 묻어 장래를 치러주었다. 불쌍히 여긴 제우스신은 그의 키타라를 별자리 가운데 놓아 두었다.

 두 번째 마지막으로 타르타로스에 간 오르페우스 그는 그렇게 그리던 에우리디케를 힘껏 껴안았다. 이제는 다시 떨어질 이별의 우려는 없었다. 이승처럼 파란 많은 곡절과 슬퍼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죽음의 걱정까지....


이 글은 전 한국 클래식 기타 협회 회장님이신 김종만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이 글의 인용 혹은 사용하기를 원하시는 분은 김종만 선생님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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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01:19 2008/02/1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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